June 24, 2004

the boundry between human and machines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중에서 수몰된 박물관 장면에 나오는 소박한, 그러나 파괴력 있는 전투씬은 서구의 망가마니아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비록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무겁고 불친철하기 짝이 없는 영상적 결과물은 시로우 마사무네의 팬들에게 노여움을 샀겠지만 말이다.

수몰된 박물관에서 벌어지는 전투신에서 가장 큰 시각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생명의 나무이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은 이 나무가 흔히들 말하는 세피로트의 나무라고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 이 나무는 Ernst Haeckel이라는 사람이 1874년에 그린 계통적 수형도로서 계통학에 대한 시각적 표현이라고 한다. 계통학이라 함은 식물의 진화과정 전체를 조망함으로서 종속과목의 분류과정을 시간적 과정에 따라 재배열하는 학문이다. 대략의 자료를 통해 알아본 헤켈은 다윈의 책 '종의 기원'의 영향을 받아 독일에서 그 진화론을 전파한 사람이다. 그는 독일 Jena 대학에서 비교 해부학(comparative anatomy)과 동물학을 연구하였다.

genealogy-tree.gif

기본적으로 수형도, 즉 나무 모양의 계통도를 그리는 이유는 그 근원이 하나임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잔뿌리가 줄기로 올라가는 길목은 반드시 하나여야 하기에 이는 사상적으로 일원을 뒷받침하는 좋은 도상학적 예시가 된다. 헤켈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의 Genealogy tree라는 그림은 결국 생물의 발생이 하나의 기원에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는 다윈이나 기타 당대의 여러 실험들에서도 동일하게 발견할 수 있는 믿음이다. 일례로 플라스크에 스프를 가열하여 외부공기와 차단한 후 방치한 실험은 이러한 유물론적 일원론을 기저에 깔고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오시이 마모루는 왜 그 유명한 세피로트를 끌어오는 대신 헤켈의 그림을 가져온 것일까. 카발라와 깊은 연관을 가지는 세피로트는 사유의 체계에 대한 일원론적 접근이 낳은 결과물이다. 세피로트는 하나님(무한, 혹은 엔 소프)이 드러내는 열 가지 속성을 나무의 형태로 그려놓은 것이다. 여기서 드러내는 열가지 속성을 통해 인간은 무한(하나님)으로 접근하는 통로를 얻게 되는데 이 시각적 상징의 특성 탓에 어느 세피라(세피로트의 단수형)로 접근하던지 엔 소프, 즉 무한으로 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원론적 사고는 유대의 비전인 카발라와 일치하는 것이며 이후 기독교의 교리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엔 소프라는 무한의 존재를 통해 모든 지적 결과물을 하나의 전체로 통합하는 과정이라 하겠으며 이러한 일원론적인 사유체계(즉 형이상학적인 하나의 계통도)를 완성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 곧 세피로트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비교해 볼 때 헤켈의 계통학적 수형도(樹形圖)는 생물학적 일원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시각적 결과물이다. 헤켈의 수형도는 생물이 발생한 시간 순서에 따라 고생물을 가장 아래에 위치시키고 가장 윗부분에 인간(hominis)을 위치시킨다. 이처럼 간편한 일원론은, 그러나 바로 마모루에 의해 공격당한다. 과연 그 정점이 인간일까?라는 의미심장한 물음으로 말이다.

이미 관련글에서(woony's home에 실린 생명의 나무와 진화) 친절히 설명된 것과 같이 공각기동대에 나오는 인형사와 쿠사나기의 대화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대한 내용을 암시한다. '생명의 단종화에 따른 위협을 피해 돌연변이를 낳기 위하여 융합한다'라고 하는 인형사의 언질은 바로 새로운 종의 탄생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의문시 되는 것은 이처럼 융합의 과정에 의해 태어난 생명체가 과연 개체로서 존재하는가라는 점이다.

스타니스와프 램의 소설 '솔라리스'는 기존의 모든 과학질서를 뒤집는 새로운 혹은 상식 밖의 행성의 출현에 당혹해 하는 인류와 개인의 대응방식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새로운 행성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 가운데 아래와 같은 것이 있다.

솔라리스의 고대 주민들의 육체에서 발생한 이상형질이 돌연변이를 일으킨 결과 생겨난 것이며, 그 바다가 결국 솔라리스 인들을 절멸시키고 그 시체를 녹여 영원한 생명을 가진 초세포 조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개체간의 구분이 모호해졌다는 표현이 되겠는데, 이러한 예는 의외로 공각기동대에도 나온다. 공각기동대의 TV시리즈 1기인 SAC(Stand Alone Complex)에는 타치코마가 개성을 획득하기 전 과정으로 개체의 기억이 병렬화되며 개성이 없어지는 과정을 전제하고 있다. 즉 단종화 과정이 선행하고 이후 개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김준양은 90년대 후반 월간 키노에 기고한 글에서 공각기동대가 '권력과 조직에 대한 고려'를 배재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체와 집단의 분류는 일면 생물학적 관점에 기인한 것이다. 즉 사회의 구조를 기능적으로 파악하고 세포적 존재로서 인간을 파악했기에 가능했던 질문이다.

하지만, 개체를 개체라고 부를 수 있는 필연적 이유가 개성에서 비롯된다는 전제하에, 정보가 병렬화되고 단종화(單種化:monoculturization)에 가까운 기억의 동일화, 개체의 몰개성화가 이루어지는 상황은 개체로서의 진화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성의 획득을 실패하는 생물군에게 있어서 종으로서의 존속은 개체수의 절멸과는 하등 관련이 없다. '권력과 조직에 대한 고려 부재' 라는 김준양의 지적은 때문에 공각기동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지적이 된다. 김준양이 지적한 '권력과 조직에 대한 고려' 는 개체와 집단, 개성적 자아와 규격화된 개인을 요구하는 획일적 집단 사이의 갈등이 되는 셈인데, 오시이의 입장에서 볼 때 정보화된 사회는 개인의 개성을 증명할 기술적인 방법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보화된 사회는 개인의 경험을 끊임없이 복제하고,재생산하므로 개성이라는 단어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개인을 개인으로서 규정해야할 수 있는 당위성 또한 사라지게 것이다. 사회는 개성있는 개인에 의해 탈주하기도 하고 사회전체의 안정이 위협받기도 하는 것이지만, 그와같은 고유한 개인, 혹은 탈규범적 그룹은 존재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오시이의 기준에서 그러한 일탈적 존재들은 이미 사회혼란의 가능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오히려 오시이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생명에 관한 정의이다.

생명다움, 인간다움. 이전 세기에 있어 인간다움은 기억 혹은 경험의 고유화였다. 기억하는 존재만이 인간으로서 존중받았다. 고유한 기억이 곧 개성과 직결되었고 기억의 흔적은 미래의 행동에 나침반이라는 지표가 되었다. 하지만 기억이 정보로 환원되고 그 정보가 물리적으로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인간다움이 의심받기 시작한 것이다. 무언이 인간다운 것인가? 기억이 고유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인간답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 그러한 질문은 기계와 인간이 경계가 무너지는 그 지점에서 가장 절박하게 당신의 가슴을 치고 올라올 것이다. 적어도 오시이 마모루는 그렇게 믿고 있는 듯 하다.

When the boundry between human and machines has infinitely blurred, humans have forgotten that they are humans.

- Innocence, 극장판 예고편 중에서.
Posted by vizualizer at 02:29 AM | Comments (0) | TrackBack

괜찮지만 그럴듯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Posted by vizualizer at 01:25 AM | Comments (2) | TrackBack

움직이는, 혹은 그렇지 않은

당신은 움직이고 있습니까?


- EXIF infomatoion
Datetime 2004:06:23 17:21:02
YCbCr positioning co-sited
Exposure time 1/6 s
F-number 8
Exposure program Shutter priority
ISO speed ratings 80
Component config YCbCr
Exposure bias value -0.7
Max. aperture value 3
Metering mode Pattern
Light source Unknown
Focal length 5.7 mm
Colorspace sRGB

- enhancemaent infomation
Master channel saturation to -100.
Level (RGB channel only), shadows to 0, midtones to 0.88, highlights to 246.

Posted by vizualizer at 12:48 AM | Comments (0) |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