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6, 2004

together or

1957 # 20 by Mark Rothko

한 때인가 토끼나 병아리를 보면 키우고 싶어했던 때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도 마찬가지여서 햄스터나 뭐 그런 종류의 살아있는 것들을 보면 키우고 싶다는, 혹은 내 집에서 함께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 겠다.

그 녀석들이 사라지려고 할 때,

키우던 강아지가 어느날 대문 밖으로 사라지고
고양이가 생선 냄새를 따라 뛰어나가고
목소리 좋았던 새가 창문 밖으로 날아가면

나는 어찌해야 좋은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야 할까?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무엇을 해줘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이런 고민은 해도 되는 것일까 다 부질없는 일일까?

더 오래 살면, 더 많이 경험하면 알 수 있을까? 잘 반응할 수 있을까?
아니면, 평생을 해도 알 수 없는 걸까? 시행착오를 겪어서 다 능숙해지는 따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착오와 착각으로 끝나는 건 아닐까?

그래서 방엔 아무도 없고 맡을 수도 없는 내 몸의 냄새가 어렴풋이 만져진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대처방법.
나는 아직 그것을 알 수가 없다.

Posted by vizualizer at 03:50 PM | Comments (2) |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