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3, 2004

hoop dreams

Sir Charles 내가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은 믿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소년이, 특히 흑인 학생이, NBA에서 뛰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허황된 꿈을 갖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꿈을 갖고 살아온 내가 이런 말을 하니 이상하게 들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NBA.

이 세 글자는 미국의, 아니 전세계의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희망, 탈출구 그리고 약속이 되어줍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NBA는 마법의 코트입니다.

경기장에 갔을 때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장내를 가득 채운 흥분, 수백만 달러에 스카웃된 스타 플레이어가 한 명씩 입장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환호성, 숨막히는 시소 게임을 벌이다가 마지막 순간에 역전했을 때의 열광, 그 우레와 같은 환호성.

NBA는 역동적인 흥분의 장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장면이 전부는 아닙니다. 데이비드 로빈슨, 샤킬 오닐, 하킴 올라주원, 패트릭 유잉 같은 선수가 되어보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사실 꿈을 추구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화려함과 황금에 미혹되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다른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지성과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오직 농구만을 생각하는 사람을 나는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농구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다른 아무런 대안이 없습니다.

이 책에서 여러분은 그러한 꿈을 가지고 농구를 하는 많은 학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심한 부상을 당하거나 혹은 운이 따르지 않아 중도에 그만두어야 합니다. 어쨌든 그 누구라도 영원히 농구를 계속 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최고의 선수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마이클 조던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가 끝난 저녁이면, 여러분은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팬들에게는 그들을 열광케 하는 다른 영웅이 나타납니다. 여러분이 현재의 스타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다음 세대의 팬들이 여러분의 이름만 기억해준다면 그것은 커다란 행운입니다.

월리엄 게이츠와 아서 에이지 가족을 취재한 이 작품이 가지는 최대의 장점은, 주요 등장 인물들이 실망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길을 잃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몇 점이나 득점하고, 리바운드 공을 몇 개나 잡고, 더 나아가 경기에서 승리했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결국에는 당신이 어떤 아버지이고 아들이고 남편이고 이웃이냐는 점이 중요합니다. 친구들과 얼마나 진정한 우정을 쌓아가고, 당신이 진정으로 보살펴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과 또 그렇게 당신을 보살펴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게이츠와 에이지 가족들은 이 점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특별한 사람들로 기억하게 해주는 점이 있다면 바로 그것입니다.

1995년 2월

찰스 바클리(Charles Barkley)

벤 조라브스키(Ben Joravsky), NBA의 꿈(Hoop Dreams)(서지원, 1995),pp.6 ~7

94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8학년인 두 명의 소년이 자라 대학 신입생이 될 때까지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소설은 영화가 개봉된 이후에 따로 출간되었다. "NBA의 꿈"이라는 제목이 다소 설익은 듯 하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NBA를 통해 꿈꾸는 대부분의 환상에 대해 이 소설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 책은 농구를 멋있거나 아름답게 그리려 하지 않는다. 멋진 운동능력과 화려한 기술을 과대포장하지도 않는다. 프로선수들처럼 활약하는 고등학교 스타들이 나오지도 않으며 숨이 멎을 듯한 역전 승부도 없다. 다만 그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해가 뜨기도 전에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흑인 빈민가를 벗어나는 어린 아이들일 뿐이다. 그들은 단지 재능이 있을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구나 그런 재능은 수많은 아이들이 가지고 태어난다.

아이들이 사는 흑인 거주구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총성이 울린다. 2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는 관리비 체납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춰선 지 오래고 그런 낡은 아파트의 상층부는 이미 갱들의 소굴이다. 길거리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마약을 사고 판다. 돈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 두기도 하며 전기와 난방이 끊기는 일도 다반사다. 세이트 조셉 고등학교의 아이재이아 토마스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대학을 졸업하고 NBA에 가고 싶어한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 그것은 시카고의 흑인 빈민가를 탈출하는 것이고 NBA는 그런 탈주의 대미를 가장 완벽하게 장식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농구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직업이고 수단이며 성공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다. 아무도 농구를 하며 흥분하지 않는다. 그게 이 소설이 가진 미덕이다. 너무나 차분하고 담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스포츠 비지니스의 가장 화려한 면만을 본다. 헐리우드 영화에 나타나는 빈민가의 흑인과 NBA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뛰는 선수들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선수 시절 찰스 바클리는 NBA에서 뛰는 흑인 선수들을 로마 시대의 검투사와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80년대 마이클 조던의 하이라이트 필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관중석의 특A급 자리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이들이 대부분 백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카고의 가난한 흑인들에게 엄청난 고가의 NBA 특A급 관람석은 그저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이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유명 헐리우드 스타나 고소득의 백인 전문직 종사자들 뿐이다. 같은 시각 NBA를 꿈꾸는 대부분의 흑인 아이들은 낡은 TV 앞에서 피자를 시켜먹는 일이 전부다. 검투사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검은 근육으로 수억달러 짜리 코트를 헤집고 다니는 농구 선수들을 보며 빈민가의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NBA라는 리그는 최고의 농구 엘리트 집단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대학 시절 까지 자신이 소속된 팀에서 항상 가장 많은 주목을 받던 소년들이 NBA에 진출한다. 그들은 늘 승리해왔고 실패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선수들이다. 그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실패다. 단 한 번도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선수들이 NBA에서는 시작하는 순간부터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그들은 벤치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선발 출장 기회를 잡기 전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하며 선발로 뛰더라도 수많은 경기외적 요소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 했던 전혀 새로운 규칙, 관례 등과 싸워야 한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며 언론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NBA를 채우는 주요 선수들은 위와 같은 투쟁에서 승리를 거둔 사람들이다. 실패라는 단어가 끼어들 여지는 없는 것이다. 혹은 성공의 완전 무결함을 위해 실패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마냥 여기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때로 그 꿈의 존재유무 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이 정당화된다. 그리고 그 꿈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뒤따른다. 그 꿈이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것. 꿈의 고결함과 범접할 수 없는 매력은 동시에 그 절대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 실패하는 순간 그 꿈을 위해 모여들었던 온갖 종류의 관심과 사랑이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다. 가족 또한 예외가 아니다. 가족은 고결한 꿈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차림새 좋은 장식품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미디어가 포장하는 드라마틱한 성공 뒤에 존재하는 실패에 대해 우리는 무관심하거나 지나치게 가혹하다. 실패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시발점인 것처럼 표현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비껴나간 성공의 한켠에는 분명히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 좀더 소박하고 중요한 가치들이 자리하고 있다.

농구선수로서 최고의 리그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그 실패가 한 인간의 삶을 실패로 몰아넣지는 못 한다.


Hoop dreams(IMDb information)
Hoop dreams(amazon.com information:Paperback)
영화 개봉 당시, 시카고 선 타임즈에 실린 Roger Ebert의 영화평
2001년에 동일한 지면에 소개된 다른 소개글, 필자는 역시 Roger Ebert

Posted by vizualizer at 11:30 PM | Comments (0) |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