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2, 2004

veloso + haden + garbarek

남미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한편으로 안전하고 한편으로 위험하다.

이름도 낮선 먼 땅의 시기조차 알 수 없는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시류와 무관하게 음악을 그 자체로 평가할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지난한 브라질의 정치적 역경 속에서 망명을 거듭하며 브라질 음악의 아버지, 트로피칼리아라는 장르의 출발점이지 정점이 된 한 음악가의 생애를 전혀 모른다해도 까에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의 음악을 듣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다. 모든 언어와 배경지식과 지역적 감정을 넘어서서 그의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렇다. 지긋지긋한 인디씬의 울궈먹음과 오버그라운드의 그 저열한 돈놀음 속에서 남미의 음악은 안전한 쉼터이다. 아무런 이즘(-ism)도 필요하지 않는.

모든 음악은 어떤 방법으로든 주변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슈게이징이건 로우파이건 홀로 어미의 배를 가르고 나오는 음악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 전혀 무지한 채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때때로 정말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깊이 생각치 않고 흐름에 무관심한 사람이 김민기의 "작은 연못"을 한갓 동요풍의 소품으로 치부하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국의 음악을 멜로디만 흥얼거리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어찌되었든 벨로주의 음악은 놀라운 음악이며 그 음악을 듣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리도 길게 남미의 가수에 대해 긴 글을 쓰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벨로주의 박스세트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veloso.jpg

이미 2002년에 출시된 이 박스셋트는 벨로주가 1967년에 발매한 데뷔앨범 domingo부터 2002년까지 발매한 40여장의 정규앨범이 LP케이스와 동일한 디자인으로 다시 포장되어 있으며, 3장의 보너스 CD를 포함하고 있다. 다만 74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 50만원이라고 해도 수긍하기 쉽지 않은 가격이지만 수입 앨범이라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가격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매장에조차 단 1세트 밖에 없다고 한다. 아아 과연 이런 선물을 다시 소유할 기회를 만날 수 있을까?(과거에도 존 레논 박스세트를 놓쳐서 굉장히 후회한 적이 있다. 한정발매였으므로 현재는 구하는 것이 어렵다 한다.)

지금도 스피커에서 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운데 그 목소리를 소유하려는 나의 욕심은 너무나 원망스럽기만 하다.

PS 여기 저기를 뒤적거리다가 찰리 헤이든(Charile Haden)의 Steal Away라는 앨범을 발견했다. 거의 유일 무이한 흑인 영가의 재즈 연주라는 친절한 해설이 달려 있다. 물론 이 말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들어보고 싶어 미치겠는데 어둠의 경로로는 방법이 없다. 수입 앨범 가격은 19000원. 라이센스 반은 15000원. 만만치 않다. 그리고 얀 가바렉(Jan Garbarek)의 신보도 발매되었다. 타악기 주자와 비올라 주자와의 협연이라는 소개가 되어 있는데 청음기로 들어본 1번 곡의 여운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곧 사게 될 것 같아 두렵다. 실은 너무나 사고 싶다.


Caetano Veloso;allmusicguide artist information

Posted by vizualizer at 11:40 PM | Comments (0) |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