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3, 2005

오래 걷다

나는 그 동안 많이 걷지 못 했으므로, 오늘 발걸음을 떼었다.
많은 죽어 있는 것, 살아 있는 것이 활기차게 내 옆을 스쳐갔지만,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들이었다.
나는 매끈한 무생물처럼 아무것도 흡수하지 못 한다.

너무 늦은 커피와 너무 늦은 발걸음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을지도 모른다.
시끄러운 공기와 알록달록 피어오른 빛의 움직임은 머리를 어지럽힌다.

볕이 좋아 옷을 입고 구둣주걱을 찾으면 구름이 몰려온다.
걷는 것은 걷기 위함이 아니라, 다만 멈춰 있지 않음을 상기하기 위함이다.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모든 것들은 얼마나 의미없는 일들인가.

100개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움직이는 발걸음이 석양에 녹아내린다.

Posted by vizualizer at 03:57 AM | Comments (0) |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