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과 브라우저 전쟁
몇 해전 강의 시간 중에 최고만이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강의를 진행하던 교수님은 달력을 이야기했다. 가정집에는 방이나 거실 등에 하나의 달력만 걸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탁상 달력 따로 벽에 걸 달력을 따로 두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달력 디자인은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 한다. 더구나 대부분의 경우, 달력은 한 번 사면 1년간은 좋든 싫든 걸려 있어야만 한다. 어디선가 아주 멋들어진 달력을 새로 얻게 되면 기존을 달력을 떼고 새것을 거는 것이 상식이지, 두 개의 달력을 방에 두지는 않는다. 그런 이유에서 은행 같은 곳에서 그리도 엄청난 정성을 들여 달력을 만드는 것이라 했다. 그나마 외환위기를 겪으며 많이 줄었지만.
브라우저 전쟁이 거의 극으로 치닫고 있다. 파이어폭스를 시작으로 하는 모질라진영의 반격이 시작된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글의 Gbrouwser를 둘러싸고 갖은 입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생각해보면 브라우저 또한 최고의 제품 하나만을 사용하게 되는 제품 가운데 하나이다. 내 경우에도 얼마전부터 파이어폭스 하나만을 이용하고 몇몇 익스플로러 전용 사이트를 드나들 때만 익스플로러를 작동시킨다.
브라우저는 즐겨찾기를 시작으로, 메일클라이언트, 개인 일정관리, RSS Reader 등 여러가지 개인정보관리도구들과 밀접하게 연계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두 개를 사용하기 어려운 제품 가운데 하나이다. 우습게 보아넘겼던 MS 아웃룩이지만 생각해보면 익스플로러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익스플로러는 대개의 개인 PC에서 MSN 메신저와 연동되는 몇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익스플로러는 웹상의 컨텐츠를 로컬 머신에서 편집하기 위해 MS 워드, MS 엑셀 등과 긴밀하게 연계된다. 실제로 익스플로러 상에서 필요한 html 컨텐츠를 별도의 문서에 보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MS 워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브라우저는 개인의 컴퓨팅 환경을 결정짓는 기반이라도 봐도 무방하다.
얼마전까지 나는 RSS feed 구독을 위해 SharpReader를 사용했지만 현재는 파이어폭스의 익스텐션인 sage를 이용해 RSS를 구독하고 있다. 파이어폭스는 단순히 브라우저라기 보다 통합적인 소프트웨어 환경을 지향하기 때문에 폐쇄적인 익스플로러와 달리 엄청난 확장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애초부터 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브라우저이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파이어폭스에서 자주 사용하는 익스텐션들은 Gmail에 새 메일이 도착할 때마다 알려주며, 뮤직플레이어를 브라우저의 상태표시창에서 조작하게 해주고, RSS를 별도의 프로그램 실행없이 구독하게 하며, 웹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위해 웹문서의 여러가지 항목과 설정을 조작가능하게 해준다. 탭브라우징은 기본이며, 별도의 검색페이지를 이용하지 않고 풀다운 메뉴를 이용하여 아마존부터 캠브리지 영영사전, PHP 함수 레퍼런스까지 모두 검색하는 것이 가능하다.
안방에 걸 달력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소가 고려된다. 색깔도 어울리며, 크기 또한 적당해야 하고, 집안의 대소사가 많다면 음력이 필수적으로 표시되어야 하며, 집안 어르신의 취향에 따라 길일과 흉일, 중요한 절기등이 꼭 필요할 때도 있다. 때문에 맘에 쏙 드는 달력을 찾는 것이 의외로 어려운 일이 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익스플로러가 환영받지 못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표준에 대해 열악하기 때문이다 ActiveX까지 들먹이지 않더라고 W3C에서 제안하는 여러가지 표준과 익스플로러의 웹페이지 렌더링은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브라우저를 파이어폭스나 사파리로 갈아치우는 것 또한 우스운 생각이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당연히 개인에게 필요한 브라우저 또한 각양각색이다. 모든 사람이 익스플로러만을 사용할 수 밖에 없어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 액티브X의 시장장악, 이 때문에 제기되는 보안문제와 특정 OS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만 유리한 PC 사용환경 등. 이는 기업의 독점문제와 무관하게 개인의 컴퓨팅 환경 또한 폐쇄적으로 만들어버린다. 독점기업의 이윤을 위해서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가 시장에서 완전히 무시되기 때문이다.
최고의 달력은 하나가 아니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달력이 내게는 최고의 달력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다양한 개성을 표현해주는 여러가지 모양의 달력. 그런 다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About this entry
You’re currently reading “달력과 브라우저 전쟁,” an entry on multiplicité
- Published:
- Thursday, October 28th, 2004 at 9:30 pm
- Author:
- vizualizer
- Category:
- e Biz










No comments
Jump to comment form | comments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