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도 표정이 있다.

글에도 표정이 있다.

나의 오랜 선배 한명은 반년 전 쯤 처음으로 글에 표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많이들 그러하듯 한 사람의 이성이 좋아진 그 선배는 그 사람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단다. 그런 마음은 원래 잘 드러나니까, 그 선배는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하고.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마음의 움직임들. 선배는 진지했고 그 이성도 그러한 마음이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가파른 길이었던지 어느 날 선배의 전화기에는 좀 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완곡한 어투의 문자가 왔더란다. 그런데 그 문자 메세지 몇 줄에, 그 조그만 곳에 표정이 있더란다. 그 표정이 글자보다 더욱 간곡하게 망설임을, 서두르지 말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너무나 많이 듣고 보아온 상투적인 말인데 그 안에 남다른 그 이성만의 표정이 보였다고 한다. 표정은 얼굴과 마찬가지로 유일무이한 것인데 몇천 몇만개나 찍어낸 전화기의, 몇줄 되지도 않는 그 글자들 위에 표정이 드리워져 있었단다.

사람의 마음,
그건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게 되어 있나보다.

PS. 알파벳으로 적힌 많은 글줄 위에서 나는 도저히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날렵한 가면 같다
그래서 외국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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