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01, 2004

一日

내 생각에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짓이 달력 부여잡고 계획 세우는 일이다.
잘 하던 놈이 날짜 바뀐다고 더 잘하는 거 아니고
못 하던 놈이 날짜 바뀐다고 더 못하는 거 아니다.
제 아무리 날짜 바뀌면 머 하나 . . .
대가리 든 똥은 그 냄새 그대로인데.


그래도 새해 첫날이라고 이렇게 글 쓰는 나를 보면 한심하기도 하다.
올해는 삼재라는데 지난 해보다 더 나쁘면 .. . . 그냥 혀 깨물고 죽자.

, 라고 첨에는 썼다가 생각해보니 좀 한심해서 약간이나마 희망적인 썰을 풀기로 했다.
올해는 미국으로 날라서 보고 싶었던 이모도 보구 싶다.
돈 많이 벌 욕심은 없으니 집에 좋은 차(茶) 사놓을 여유나 있으면 싶다.
애인 생기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까 생일날 "생일 축하해"라는 전화 한 번만 제 날짜에 받아봤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 하며 돈 벌면 좋겠다.
월급 안 밀리면 금상첨화다.
------ 요기까지는 내가 남들한테 바라는 것이니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올해는 게을러지지 않기를
사람들을 5%만 더 신뢰하기를
내 감정을 좀 더 솔직히 표현하기를
설거지 밀리지 않기를
청소 제때하기를
못 돌아올 사람 그만 생각하기를
좋은 일에 안도할 수 있기를
------요로코롬 나한테 약속하고 싶다.

어쨌든 새로운 단위가 시작된다. 희망이니 머니 다 집어치우더라도 똑바로 살아야지

Posted by vizualizer at 05:11 AM | Comments (2) |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