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18, 2004

개미이야기

가끔 개미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피부 속을 기어다니는 개미를 죽이기 위해 살거죽 여기저기에 커다랗고 보기에 흉한 구멍을 뚫기 시작한다. 작은 개미가 귓속에서 돌아다니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 일군의 사람들은, 이내 그 개미들이 자신들의 등짝을 파먹고 그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느낌은 처음에는 약간 가려운 듯 하지만 이내 개미의 더듬이가 느껴지고 조금씩 침범당하는 살거죽 사이로 쉴새없이 기어들어오는 개미들의 가느다란 다리를 느끼게 된다. 피부 속을 기어다니는 개미를 끄집어내기 위해 면도칼로 과도로 톱으로 염산으로 사지와 오장을 괴롭히는 당신은 아직 한없이 유약한 솜털이다. 부스스한 솜털 위로 피범벅이 엉겨 붙고 가죽이 말라붙어 갑옷처럼 무거워지면.
걱정마라.
당신의 살거죽은 이내 굳건한 외골격으로 둘러쳐지게 되고, 거울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신경에는 한마리 거대한 개미의 象이 맺히게 될테니.

개미가 침범하면, 이제 더이상 육갑하지 말자. 개미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미가 되는 수밖에.

Posted by vizualizer at 03:13 AM | Comments (0) |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