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1, 2004

10월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 기형도, <10월>.

하나, 스스로 결정 가능한 것이 부족해질수록, 인간은 불행해진다.
둘, 어떤 이들은 겨우 살아남고, 또 다른 이들은 가까스로 죽음과 조우한다.
셋, 인간은 먹는 만큼 망각한다.

그리고, 만질 수 없는 부품이 고장난 기계 하나가 주인을 위해 끊임없이 떠들고 움직였다. 주인은 한평생 기계가 고장난 것을 알지 못 했고 기계는 자신이 고장났다는 사실을 망각해버렸다. 주인은 즐겁게 죽었고, 기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주인을 기억해낼 수 없었다. 문득 기계는 동작을 멈추었다.

어떤 것도 그 기계의 쾌유를 바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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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고독은 자꾸 살쪄만 갔다. 마치 돼지처럼.

-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중에서.

일본 문학이 가진 내면에 대한 관조, 혹은 관찰은 무서우리만치 객관적이다.
사료를 주고 키우는 개를 대하듯, 스스로의 내면을 실험하고 해부한다.

Posted by vizualizer at 10:57 PM | Comments (0) |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