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4, 2004

글에도 표정이 있다.

글에도 표정이 있다.

나의 오랜 선배 한명은 반년 전 쯤 처음으로 글에 표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많이들 그러하듯 한 사람의 이성이 좋아진 그 선배는 그 사람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단다. 그런 마음은 원래 잘 드러나니까, 그 선배는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하고.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마음의 움직임들. 선배는 진지했고 그 이성도 그러한 마음이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가파른 길이었던지 어느 날 선배의 전화기에는 좀 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완곡한 어투의 문자가 왔더란다. 그런데 그 문자 메세지 몇 줄에, 그 조그만 곳에 표정이 있더란다. 그 표정이 글자보다 더욱 간곡하게 망설임을, 서두르지 말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너무나 많이 듣고 보아온 상투적인 말인데 그 안에 남다른 그 이성만의 표정이 보였다고 한다. 표정은 얼굴과 마찬가지로 유일무이한 것인데 몇천 몇만개나 찍어낸 전화기의, 몇줄 되지도 않는 그 글자들 위에 표정이 드리워져 있었단다.

사람의 마음,
그건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게 되어 있나보다.

PS. 알파벳으로 적힌 많은 글줄 위에서 나는 도저히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날렵한 가면 같다
그래서 외국어인가 보다.

Posted by vizualizer at 07:25 PM | Comments (0) | TrackBack

나의 기호

나는 나의 기호를 어떻게 확인하는가?
좋아하는 영화, 음악, 그림, 소설, 작가.
사람들이 많이 물어본다. 무슨무슨 회원 가입이라고 하는 내용에서도 거의 빠지지 않는 내용이다.
"선호하는~" 이라는 류의 단어를 써서 표현하는 모든 것들.

나는 그런 것들을 적기가 어렵다. 정말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의 취향이 나의 기억을 자극한다.

누군가,
"아, 그 음악은 멋졌어" 라고 하면,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되뇌인다.
"나도 그 음악이 좋아." 라고.

자극 받지 않으면, 취향조차도 바스락 거리며 사그러든다.
스스로를 확인하는 방법이 내 안에는 없는 것인가 보다.

Posted by vizualizer at 07:14 PM | Comments (0) | TrackBack

나에게 전화하는 이들을 위하여

가끔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다.
다음의 경우로 쉽게 분류가 가능하다.

1. 전화 거는 이의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
2. 전화 거는 이가 컴퓨터를 새로 사려 할 때.
3. 전화 거는 이의 주변 사람 컴퓨터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4. 인터넷 혹은 홈페이지와 관련된 질문. 주로 견적.
5. 기타.

대부분의 경우 답변은 다음과 같다.

1.의 경우
- 네이버 지식인에 30분만 투자하라. 내가 그대들에게 말해주는 모든 것들도 결국은 네이버 지식인에서 찾은 것들이다. 네이버의 찌질이 지식이 두렵다면 구글을 활용하던가 다음, 네이버 등의 컴퓨터 초보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이용하라. 알려줄까? 회원가입 무료다!
정보를 얼마나 습득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만을 선별하여 얼마나 신속하게 찾는가가 제일 중요한 일이다.

당연히 PC 방을 이용하라. 자주 이용하여 PC방 알바와 친해진다고 해서 손해 볼 일도 없다.
1000원이 그리 아까운가?(그런데 아직도 천원인감?)

2.의 경우
- 스스로 컴퓨터를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 그렇게 되고 싶은 의지 또한 없다면 삼성과 델, HP 등의 대기업 완제품 컴퓨터를 권장한다. 만약 저런 능력과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용산의 조립 컴퓨터를 사려 한다는 것은 핸들 한 번 잡아본 경험 없이 고속도로를 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목숨에 지장이 없다는 정도. 단, 당신 주변에서 컴퓨터 좀 안다하는 사람의 이름이 당신 핸드폰의 최근 통화목록을 화려하게 장식할 것이다.

특히 자신이 컴퓨터를 이용해 무엇을 하려하는지 정확히 결정해야 구매가 가능하다. 맨일 출퇴근 용도로 차를 사는 사람이 덤프 트럭을 사려고 한다면 분명히 미친 놈, 혹은 돈지랄이라는 얘기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는가? 대한민국에서 소비되는 컴퓨터의 대부분이 저런 덤프트럭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웹검색, 문서 작성, 음악 듣기 등의 간단한 작업은 구형의 중고 컴퓨터로도 충분하다(때로 그것으로도 과분한 경우도 생긴다)

스스로가 게임 매니아라면 하드웨어 정도는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다 보면 그렇게 될 것이다. :-)

차를 사는 사람들은 배기량과 연비, 보험적용 등을 따져야 한다. 남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아쉽게도 컴퓨터 관련지식이 전문지식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이것은 곧 기정사실이 될 것이다. 지금도 중학생, 고등학생 가운데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학생들이 스스로 컴퓨터를 조립하여 사용한다. 기본 지식이 되는 것이다.
혼수를 마련할 때 예식의 절차와 결혼의 의미에 다시 생각하게 되듯 컴퓨터를 구매하며 컴퓨터와 관련된 기본 지식을 익혀두라.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추후의 각종 편두통과 신경성 위장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3. 의 경우
컴퓨터에 문제가 생긴 주변사람에게 내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주고 이 글을 읽게 한다.
단, 절대 내 전화번호는 알려주지 말라! :-(

4. 의 경우
나도 잘 모른다. 실무 경험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구현하라고 하면 대충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혹은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되며 어떤 요소가 필요한가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금전적인 요소는 측정이 불가하다. 나랑 친하면 공짜로도 해 줄 수 있겠지만 앞으로는 가능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 웹디자인은 프로세스 자체가 서비스업이다. 당연 A/S가 필수이다. 재화는 무료 공급이 가능하지만 서비스의 무료 공급은 애로사항이 매 순간 만발한다.
미안하다. 그게 원래 그렇다.

대부분의 홈페이지 제작업체에서 견적이나 상담 정도는 메일을 이용해서 가능하다. 단 주의할 것은 동일한 내용의 메일을 미리 점찍어둔 복수의 업체에 보내라는 것이다. 웃기지만 아직도 이 바닥에서 뒤집어 씌우려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렇게 메일을 보낸 후에 그 답장을 보고 업체를 비교하라. 그 메일의 어투와 태도, 그리고 기술적 사항과 금전적 요소를 모두 비교하라. 단 아무리 금전적 사항이 유리해도 고객을 응대하는 태도가 글러먹었다면 그 업체는 당장 제외시켜라. 명심하라. 웹개발은 마케팅 과정의 일부이며 서비스업이라는 것을.

5.의 경우
- "밥 먹자", "술 살께", "영화 보러 가자", "사람 구한다더라", "소개팅 시켜주까?"
나도 사람이다. 위의 내용이라면 열라 환영한다. 단 다음의 경우도 봐준다.

"조까, 술 한잔 하자."

쓰바, 내년엔 취직 좀 하자.

Posted by vizualizer at 06:46 PM | Comments (0) |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