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무언가 사라져 간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뱉는 사람은 없었다. 석양과 비슷한 오렌지 무늬가 하늘에 쏟아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유별난 광경을 외면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사람들은 핸드폰을 붙잡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모자를 눌러쓴 채 음악을 듣고 있었다. 멍청한 사람들은 똑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똑똑한 사람들은 멍청한 사람들의 존재를 무(無)로 취급하기 위해 앞만을 바라보았다. 10층도 안되는 옥외 광고판에서는 내일 날씨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똑똑이들과 멍청이들은 알고 있었다. 내일의 날씨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군가가 "야이 멍청이들아!" 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10층도 안되는 야트막한 광고판 위에서 뛰어내렸지만 그런 멍청이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그 남자가 땅위에 두부 같은 무언가를 터트려버리자, 승용차를 몰고 가던 멍청이들은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40분 정도 늦어지겠노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을 부여잡고 나온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피처럼 붉은 하늘을 가리켰지만 아무도 그 방향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상하게 그날만큼은, 그 도시에서 우는 아이들도 없었으며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들도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하늘만 바라보았고 그점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A는 B를 향해 받아 적을 수도 없을 만큼의 욕설을 퍼부었다. B는 여전히 낡은 지포 라이터를 깔짝거리고 있었다. 나지막히 내뱉은 "병신 같은 새끼. 이제 그만하지 그래?" 라는 말이 아니었다면 그는 싸구려 마네킹과 별로 다를 것도 없었다. 짤막한 욕지거리를 들은 A는 B를 향해 무언가를 던지려 했고 A는 재빨리 일어났다. 그리고 몇 번을 더 움직였지만 주변에 있던 사람들 중에 그 움직임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몇 번의 베개싸움과도 비슷한 들썩거림이 끝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만 그 병신같은 새끼가 그만두었어야 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어설픈 안경잡이 문학청년은 허둥지둥 수첩을 꺼내고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시 술을 즐겼다. 벽에 걸려있는 시계는 여전히 고장난 채였지만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인가는 다시 텔레비전으로 돌아 앉았다.
post from 늦깎이 대학생 "디자인 새 바람 꿈꿔요"
그림을 베꼈다고 한다. 잘못한 일이다. 그것도 외국의 유명한 작품집에서 그랬단다.
그런데 그 마음은 알 것 같다. 급한 마음. 뒤에서 호랑이가 쫓아오는 듯한 마음.
늦었다는 불안감과 앞서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긴장감. 아마도 내가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물론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나쁜 마음으로 책을 찾았을 수도 있다.
8번의 공모전 수상이라는 화려함은 더 큰 의혹의 발단이 되겠지.
잘못한 일을 감싸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나쁜 마음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벌을 받지는 않는다. 이미 나쁜 행실 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세상이니까.
법이라는 녀석에게 그런 마음은 사치일 뿐이다. "法的이다"라는 말은 아마도 그런 것들을 통칭하는 것이겠지.
이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비난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일에 대해 더욱 많은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관용이나 암묵적인 용서, 일방적인 편들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바르게 판단하는 것.
모여서 산다는 것은 그런 점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