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30, 2004

대한민국 예비역

post from 이등병 겨울나기, "군기 빠졌다"

내가 굳이 이 주소를 링크하는 것은 기사가 가치 있다거나 중요한 논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단 한 가지 이유다. 저 기사에 줄줄이 달린 답급을 보라. 나는 아쉽게도 기사에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프로그램 자체보다 그 프로그램을 향해 보내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들의 반응이 더 흥미롭다. 한마디로 애처로움이다.

홍보성 촬영 여부를 떠나 많은 남성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시쳇말로 "빠졌다" 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상적인 군대의 모습을 가늠한다. 그리고 그것이 '옳다' 라고 믿는다. 현재 군대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더 무서운 건 이런 논리가 실생활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일의 효율성과 관계 없이 "기합", "군기" 라는 이름을 달고 반복되는 비합리적 일상. 보여주기 위한 일처리.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미봉책의 연속. 호봉과 서열로 밀어붙이는 줄세우기.

한 번만 되돌아 보자. 지금 당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성격이 어디선가 경험한 것과 비슷하지는 않은지.

여성의 가장 큰 적은 여성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나는 같은 이유에서 "예비역의 가장 큰 적은 예비역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군대문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남성들이, 제대 후에는 사회라는 공간에서 군대문화를 재생산하고 있다. 모든 형태의 조직이 군대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군대에서처러만 한다면 잘 돌아가리라 믿고 있다.
대한민국은 그 따위로 돌아가고 있다.

PS. 군 생활 중에 '박하사탕' 이라는 영화를 본 것은 큰 행운이다.

Posted by vizualizer at 06:38 PM | Comments (0) |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