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양으로 아이들이 떠들고 있었습니다만, 같은 아이는 없었습니다. 저녁이었고 초여름의 공기는 습하지 않았습니다. 어제까지 내렸던 비 때문에 땅은 깨끗하지 않은 곳이 없었고 모든 지붕은 대기의 두터운 층을 뚫고 나름의 색을 반사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다녔습니다. 석양을 받은 아이들은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언덕배기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앞으로 배울 것과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흉내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지만 그 노래를 들어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노래가 나타났다 사라져버립니다. 아이들의 발걸음은 비누방울처럼 가벼웠습니다. 그렇게 반짝였고 셀 수도 없는 무지개가 실타래처럼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석양은 모든 비누방울에 반사되었고 거기에는 별빛과 달빛도 한 줌 정도는 섞여들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빛을 알지 못했습니다. 스스로가 빛이니까요.
어른들은 놀이공원의 풍선처럼 잔뜩 부풀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쉴새없이 움직이는, 그런 사람은 없었습니다. 어른들은 딱 공기만큼의 무게를 지닌 채 아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것은 그리움과 안도가 뒤섞인 그런 종류의 눈빛이었습니다. 하늘로만 솟아오르는 비누방울을 보면서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같지만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비누방울처럼, 아이들은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떤 아이는 오늘에야 처음으로, 넘어져도 울지 않는 법을 알게된 것 같았습니다.
비눗물은 끊임없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꼭 그만큼의 비누방울들이 하늘로 사라져갔습니다. 어떤 아이는 비누방울을 미워합니다. 낡은 공기와 낡은 건물과 낡은 사람들이 비누방울과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겨우 긁어모은 남루한 지식이 석양과 비누방울과 아이들을 흐릿하게 만듭니다. 빛은 이미 사그러들었는데 시야는 옅어집니다. 안개도 없는 날씨를 비누방울은 버티지 못합니다. 덥지도 않고 습하지도 않지만 비누방울은 터져버립니다. 아이들은 쉬지도 않고 큰 숨으로 비누방울을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들었지만 한 모양으로 사라지는 비누방울은 존재하지 않았고, 같은 비누방울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