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11, 2004

여의도

정오부터 모여도 사람은 늘지 않고 개인의 흔적은 지워져갔다. 누군가의 추종자라는 어울리지 않는 눈길을 받아가며 발길을 머문 그곳은 서울이 아니다. 2004년의 봄이 아니다. 낡은 바람을 맞아가며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은 석양이 지난 어스름에 인육이 타는 그 지겹고도 치떨리는 향내를 기억 속에서 다시 끄집어 내었다. 멀리서는 공을 튀기며 노는 아이들이 징그러운 먼지를 맞으며 실룩거렸고 겨우 직장에서 퇴근하는 사람들은 안개도 내리지 않은 길 위에서 세치 앞을 보려하지 않았다.


사람이 너무 많은 그 땅은 지독한 악취를 풍겼고, 모두들 누군가의 등과 손을 부여잡고 뒤로뒤로 절벽을 향해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아무도 울지 않았고 아무도 웃지 않았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한 사람 한 사람의 혼령이 썩은 강을 따라 젖은 솜처럼 뒹굴고 있었다.

Posted by vizualizer at 11:30 PM | Comments (0) |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