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3, 2004

다시 금연 4일째

뭐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
누군가 담배를 피운다고 써놓은 글을 보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 미칠 것 같다.

딱히 어떤 목적이 있어서 금연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냄새도 싫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서 피우지 않을 뿐이라
별 스트레스는 받지 않지만
동시에 아무 스트레스 없이 흡연을 재개할 수 있다는 위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멘솔 담배가 없으므로 오늘은 일단 참아야지.
맛없어서 고맙다. 짱박힌 디스 플러스야.

ㅡ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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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밀이 김씨의 전설

그러니까 꽤나 오래전에, 한 편의 짧은 소설을 쓴 적이 있다. 어정쩡한 학과 생활의 한 부분에는 학회라는 학과 내 소모임이 있었고 나는 그 가운데 소설을 쓰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군을 제대하고 나서 그 소모임에서는 얇은 문집을 내게 되었고 나는 어줍잖은 소설을 건네주었다. 어쩌다 보니 편집은 자연스레 내 손으로 넘어왔고 나는 내글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편집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 아직도 내방 책장 한 켠에 꽂혀 있는 그 하얀 책은, 인쇄소의 몇몇 실수 만을 제외한다면 꽤나 맘에 드는 녀석이다.

<때밀이의 김씨의 전설>이라는 난망한 제목의 그 소설은 내가 써둔 모든 종류의 글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즐겁게 읽은 글이 되었다.
대학 2학년이 되어서도 나는 내 글을 자신있게 어머니께 보여드린 적이 없었다. 20대 초반의 그 뻔한 감정과잉의 문체를 가족에게까지 보이고 싶진 않았었다. 설사 보여드린다 해도 아들보다 더 많은 문학적 소양을 쌓으신 어머니께는 별로 성에 차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한창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던 어머니에게 나는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한번도 시도한 적이 없었던 재미있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었다. 생각은 단순했다. 그냥 누구나 읽으면 즐거워할 수 있는 짧은 글.
반응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아서 어머니는 처음으로, 아마 내 일기장을 몰래 펼쳐보셨을 때만큼 :-) 재미있었다고 얘기해주셨다. 학교에서도 품평회라는 이름의 절차를 통해 그럭저럭 "즐거움" 이라는 것에 가까이 있는 글이 되었다.
졸업 하기 바로 전해에 나는 또 다른 글로 교내 문예상에 당선되었고 학과의 많은 사람들은 문예상이라는 꼬리표를 통해 나를 알아보게 되었다. 물론 교내 신문에 실린 말도 안되는 내 사진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때밀이는 멀어져 갔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가끔씩 예전의 그 소설로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유명해졌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학과의 말 없는 복학생이거나 학사모에 무관심한 졸업생일 뿐이지만 예전의 소설을 통해 나를 알게 된 사람이 하나 둘쯤 생겼다. 어색하게도 그들은 "때밀이"라는 단어와 함께 나를 기억한다.

새학기가 되면 국문과는 그럴듯한 문학청년들로 가득하다. 아직도 가끔씩 학과 사람들을 만나면 어렴풋한 그 미열(微熱)이 느껴지곤 한다. 모진 세월은 그런 미열을, 바닐라향 해열제로 가뿐히 치료하거나 지독한 열병으로 바꾸어버린다. 나 또한 쉽게 해열제를 맞은 사람 가운데 한명이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미열을 잃어버리셨습니까라고 질문한다면 나는 자신있게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지금 나는 또 다른 미열에 휩쓸려 무거운 몸으로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겠다. 잉크가 촉촉한 만년필이 아니라 매끈한 마우스와 키보드로 넓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이다.

글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매우 기분이 좋은 일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는 정말로 재미 없는 아저씨가 되어버렸지만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했던 모든 종류의 추억에게 이 말만큼은 꼭 전하고 싶다.

정말로 고맙다고, 잠시나마 행복했었다고.

Posted by vizualizer at 09:29 PM | Comments (0) | TrackBack

10 in 2004

블로그 탑텐이란 것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재밌을 거 같아서 나도 해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달리 표현하면 한해를 그다지 알차게 보내지 못 했다는 얘기인 듯 싶다. 일단 내가 꼽은 열개의 글!

10 in 2004
- together or
- 우주탐사선 팬케이크호 사진 공개
- 곱창과 닭발
- 그녀석은 왜 62초만?
- the boundry between human and machines
- Magnatune;we aren't evil
- 개미이야기
- agoraphobic, cleared.
- 인연
-

11장의 사진 혹은 그림
- 흘긋
-
- cloudy spirits
- 움직이는, 혹은 그렇지 않은
- 그저 걷고 있는 거지
- 아이
- affection deficiency
- 가을인데
- 삼자대면
- 나는 지금
- 위축되다

기억에 남는 것들
- Bach, The Goldberg Variations, Glenn Gould
- I'not scared.
- hoop dreams

Posted by vizualizer at 04:20 PM | Comments (0) | TrackBack

인체측정법;anthropometry

…그는 말하자면, 아카이브의 근본 문제, 즉, 방대한 부피와 검색의 효율성을 그리고 자료의 실증적가치의 신뢰성을 해결하기위해서 사진기록을 사용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그는 사진이야말로 신원확인의 최종 확증단계라고 생각했다. 비록 여러 단계의 확인 절차를 거친 다음의 일이지만, 혐의자를 찍은 사진과 파일시스템의 서랍 속에서 꺼낸 이전의 사진을 비교하는 일 만큼 정확한 것은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유형학적 촬영의 대표적인 예는 ‘필립 포토 (Phlippe Potteau)의 인종학 연구사진’이다. 그는 파리 자연사 박물관의 의뢰를 받아 1850년 후반부에서 1860년대에 걸쳐 파리에 거주하는 외국 원주민과 1862년 알제리 토착인 들에 대한 인종학적 특성을 분류하는 초상작업을 했다. 그는 정면 인물사진과 측면 인물사진을 병치하는 촬영을 체계화함으로써 베르티옹의 앞서 인체 측정술을 완성하는데 기여했다. 인물의 정면과 측면을 병치하는 인종학의 인체측정 사진술은 초상 연출에 소용되는 모든 소도구를 제거했고, 모델의 얼굴은 무표정을 지향한다. 비교와 분류의 정확성과 검색의 편리함을 보장하기 위해 모델은 어떠한 변화를 용인하지 않는 촬영의 규격화·표준화에 복종해야 했다. 오늘날 증명사진에 요구되는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는 포즈는 바로 이 때부터 체계화된 것이다.

즉, ‘베르티옹 카드’는 범죄인을 식별하는데 편리하고 쉽게 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 했다. 그의 유형학적인 사고와 사진에 대한 과학적인 신뢰도가 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차원의 문제 해결책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감시와 처벌이라는 질서 유지 차원의 유용한 수단으로써 사진에 막강한 권력의 힘을 준 것이나 진배없는 일이다. 그 옛날 몸에 낙인을 찍던 야만적인 행위는 이제 사진 찍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통제와 감시체계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더 교묘하고 세련되게 우리의 삶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것이다.

- [세계 사진가 탐구]알퐁스 베르티옹 (Alphonse Bertillon, 1853∼1914)

20세기의 시작, 객관화된 아카이브의 작성, 수(數)를 벗어나 도상과 지표 등으로 분류 가능한 아카이브의 시작, 이를 사회 구조의 유지와 관리에 이용, 시간 또한 세분화 되어 인간을 감시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서 이용.

이러한 것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형상에 대한 일종의 관습적 믿음을 객관적 자료로 논증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진이라는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흐름이라기 보다 인지 가능한 형상에 대해서 사회 구성원이 가지는 경계와 차별이 기술적으로 재현된 것은 아닐까?

아래의 광고를 잘 살펴보라. 그 각도와 표정을.

Posted by vizualizer at 11:31 AM | Comments (0) | TrackBack

size of your heart

리그 최고의 수비수, 아니 농구라는 운동이 생긴 이래 가장 위대한 선수가 당신의 슛을 막기 위해 엄청난 운동능력으로 당신의 앞을 가로막는다. 당신은 겨우 183cm이고 그의 키는 당신보다 15cm나 크다. 어떻게 하겠는가?

"Everybody was saying we couldn't win because of our size. It's not about size. It's about the size of your heart," Iverson said.

- Interview with Allen Iverson after 2001 NBA All-Star Game

Posted by vizualizer at 12:49 AM | Comments (0) | TrackBack

다이스케

그는 논리에 있어서는 아주 강한 반면, 심장에 있어서는 아주 약한 사나이였다.

- 나쓰메 소세키, <그후> 중에서 주인공 다이스케를 설명하며…

소세키의 글을 읽다보면 놀랄만한 표현을 많이 만나게 된다. 특히 한 사람을 묘사하는 데 그처럼 정확하면서도 직관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소세키의 작품 <그후>는 전후 일본의 지식인을 주인공으로 한다. 아무런 경제활동도 하지 않지만 지적으로 대단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주인공 다이스케가 자기 주변의 인물들과 반응하면서 겪게되는 여러 고민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하루키의 여러 소설들도 묘사의 직관성으로 젊은이들을 매료시켰지만 하루키의 그것은 "낭만적"이라는 일종의 유희를 옆구리에 끼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소세키의 경우는 깨진 거울의 날카로움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냉혹하다. 깨진 유리의 조각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 자신을 모두 기록하려는 듯, 소세키의 글은 외롭고도 저돌적이다.

어찌되었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나 또한 심장이 약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Posted by vizualizer at 12:25 AM | Comments (0) | TrackBack